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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쩐 일로 오셨소?”
    2013/06/07 13:3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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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의 할머니가 궁금해 하며‧‧‧
     

    ▲ 돌로 만든 형상물에 '99 새농어촌건설운동우수마을'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 형상물은 탑동1리 입구에 세워져 있다
    ▲ 탑동 다리를 건너면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수십동의 비닐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어쩐 일로 오셨소?”


    70대의 할머니가 궁금해 하며‧‧‧

    마을탐방, 탑동1리를 찾아서


    한 낮의 기온이 무려 25도를 넘나들던 지난 5일 오후, 습하고 무더운 날씨를 뒤로하고 표고버섯으로 유명한 탑동1리를 찾았다.


    인적이 뜸한 도로엔 이따금씩 군부대 차량들만 지나고 도로엔 먼지만 날린다. 그 먼지를 맞을 만한 차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탑동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한적했다. 간성에서 보메기 쪽으로 10분 정도 들어가면 삼거리 나온다. 거기에서 직진을 하면 구성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돌면 탑동1리로 들어서게 된다. 탑동리 입구엔 ‘99 새농어촌건설 우수마을’이 적힌 입간판에 이어 돌로 만든 형상물에도 같은 내용의 글귀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새농 운동에 어렵게 도전해서 성공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동네를 찾았다. 군부대를 지나고 급한 경사면을 돌아 내려오니 마을 초입에 비닐하우스로 포장한 표고버섯 재배단지가 보인다. 그 옆으론 갈대가 양쪽으로 줄 지어 있고 갈대 사이로 시냇물이 흐른다. 버들치들이 떼 지어 다니는 냇가 건너편에도 수 십동의 비닐하우스가 있다. 표고버섯 재배단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뻐꾸기 우는 소리를 따라 동네 어귀를 들어섰다. 한 낮이라 그런지 동네 주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 여섯 가구가 모여 사는 곳에서도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한참을 걸어 찾은 비닐하우스엔 참나무에 구멍을 뚫고 버섯 종균을 넣은 농부들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이때 먼발치에서 머리엔 두건을 쓰고 한 손엔 바구니를 든 할머니가 부지런히 발길을 움직인다. 인자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띤 할머니는 “어쩐 일로 오셨소?” 라고 묻는다. 물음에 답하고 나서 할머니를 따라나섰다.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 20년 동안 혼자서 24동(2400평)의 표고농사를 짓고 있다. 억척스러운 정도로 농사를 져도 빚에 허덕여 힘들다고 할머니가 하소연한다. 10년 전에 발생한 태풍(루사)으로 비닐하우스와 참나무가 다 떠내려가 엄청난 손해를 봤다. 이후 융자를 통해 시설을 복구했지만 연이어 들이 닥친 태풍(매미)으로 또 시련을 겪었다. 이로 인해 많은 빚을 지고 됐고, 지금은 버섯농사로 원금과 이자를 겨우 갚아 나가고 있다. “빚만 없어도 좋겠다”는 할머니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할머니는 피해보상과 관련해 “논이나 밭은 조금만 소실돼도 다 조사해서 보상을 해 주는데, 표고버섯은 시설과 버섯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왜 보상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 표고버섯을 수확중인 할머니와 동생내외. 그들의 손길이 움직일 때마다 바구니엔 탱글탱글한 버섯들이 가득 채워진다
    ▲ 팔을 향해 다가올듯한 둥글둥글한 표고버섯이 참나무에서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여름, 기침과 열이 나서 병원을 찾았던 할머니는 뜻밖의 폐암진단을 받았다. 두 번의 수술 끝에 겨우 회복했지만,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버섯농사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빚의 멍에가 큰 탓이다. 표고버섯 농사로 1년에 6천~7천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지만 원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겨우 생활비 정도 건지고 있다. 할머니는 “어휴! 사는 게 너무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는 “탑동 사람들이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은 다 곪아 터졌다”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할머니의 표고 농사


    할머니의 하우스엔 수확을 앞둔 표고버섯이 잔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네 줄로 엇갈려 있는 참나무엔 양팔을 향해 다가오듯 버섯들이 커다란 머리를 내 보인다. 수확에 한창인 할머니의 얼굴은 굵은 땀방울이 대신 자리를 잡았고, 할머니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바구니는 탱글탱글한 버섯으로 가득 채워진다. 동생내외가 버석 수확을 거들자 어느새 하우스 입구엔 버섯들로 가득하다.


    참나무 표고버섯은 나무에 구멍을 파고- 버섯종균을 넣은 후 구멍을 다시 막는다- 참나무를 장작 쌓듯 포개고 이틀이 지나면- 참나무를 엇갈려 바닥에 세우고 물을 흠뻑 준다- 잠자는 종균을 깨우기 위해 나무를 바닥에 뉘이고 충격을 준다- 이후, 나무를 다시 엇갈려 세우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버섯이 나온다. 이렇게 생산된 탑동 표고버섯은 품질이 좋아 1Kg에 10,000~12,000정도에 판매된다. 초기엔 판로가 없어 버려지는 버섯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강릉공판장과 온라인 판매, 소문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로 안정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수확이 끝나면 참나무에 휴식을 주기 위해 물을 흠뻑 준다. 그리고는 20일 후에 같은 방법으로 버섯을 생산한다. 1년에 4~5번 정도 수확을 하지만, 겨울엔 날씨가 추워 재배가 어렵다. 그래서 이번 겨울엔 삼중하우스에서 톱밥배지를 이용한 신기술로 버섯을 생산할 계획이다.

    ▲ 올 겨울엔 삼중하우스에서 톱밥배지를 이용, 표고버섯을 생산할 계획이다. 톱밥배지를 이용해 버섯을 시험 재배하고 있는 모습


    탑동에는 표고버섯 재배 기술을 배우기 위해 견학 오는 이들도 꽤 있다. 할머니는 기술을 전수해주면서도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자기 돈 갖고 버섯농사를 하면 괜찮은데, 남의 돈 갖고는 절대 하지 말라”고 빚에 대한 어려움을 상기시켜 주곤 한다.


    탑동은 산지가 많아 송이와 임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고성산불 이후 송이가 나지 않자 정부의 권유로 표고버섯으로 전환했다.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을 주던 표고버섯이 두 번의 태풍으로 소득은커녕 빚에 허덕이는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다. 그래도 탑동1리 주민들은 여전히 버섯농사를 짓고 있다. 그것마저도 안하면 빚을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는 할머니의 말이 허공을 타고 돌아다니는 듯 하다.


    표고버섯으로 유명해진 탑동1리는 마을 앞 농경지에 수렁이 많아 고래술로 불렸다. 이후 마을에 문씨 성씨를 가진 사람이 마을 서북쪽 부근에서 이름 없는 탑을 발견한 것이 전해져 내려와 탑동으로 불리게 되었다. 지금은 29세대,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 이동균 기자 033gagu@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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