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피어나는 꿈과 염원  

 우리 집 방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꽃피는 화목한 가정의 꿈, 서재에 가득한 지식의 향연, 아이 방에 걸린 미래를 향한 희망. 이런 공간의 의미를 살려 2024년 <행복한 민화>는 ‘방에 거는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안방과 거실을 화사하게 꾸미는 화훼도와 화조도가 먼저 눈에 됩니다. 김아영, 주지혜, 박권서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모란은 부귀와 평안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제쳐두더라도, 모란의 풍성하고 화려한 자태만으로도 충분히 방 안의 분위기를 격상시키는 매력이 있지요. TV 드라마에서 왕비의 방이나 평범한 가정의 안방, 현대극의 거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거기에 대비되게 김인숙 작가의 작고 소박한 초충도도 보입니다. 길에서 혹은 집 마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들꽃이나 풀, 작은 생명체들이 방의 분위기를 자연과 함께 하는 듯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한성희 작가의 소과도 또한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과채류를 그린 것입니다. 계절적으로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이 함께 그려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그릇을 탈출해 붕 떠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그림들에는 가정의 다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기명절지도는 제기(祭器), 식기(食器 ), 화기(花器) 등 귀한 그릇들을 그린 기명도(器皿圖)와 꽃가지, 나뭇가지를 조화롭게 배치한 절지도(折枝圖)가 합쳐진 그림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학문, 출세, 부귀, 자손 번성, 장수  등을 상징합니다. 이런 그림의 특징은 실제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 물건들이 지닌 의미와 상징을 배치하여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헌 작가의 등용문도가 있습니다. 이는 자녀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 방에 걸어두는 그림입니다. 부모의 응원과 격려가 담긴 이 그림은 아이에게 끊임없는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듯이 <행복한 민화>의 작품들은 현실의 물욕을 그린 게 아닙니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노력과 염원,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주십시오. 아마 여러분의 꿈과 희망도 그 안에 함께 담겨있을 것입               [민화작가] 조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