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이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직원으로 알고‧‧‧

마을 탐방, 그 첫 번째, 명파리를 찾아서

고성군 127개 마을 탐방, 그 첫 번째로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를 찾았다. 마을 어귀에서 동네 사진을 찍고 있는데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민(여)이 다가와 “여기에서 왜 사진을 찍느냐”며 따지듯 필자에게 묻는다. 그리고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거냐?”며 경계하는 듯한 말투로 물어 본다. 명파리는 올해 대림산업과 포스코의 火電(화전)건립 반대 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겪은 터라 주민들이 많이 예민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명파리는 민통선 마을로 동해의 맑은 물과 청정 바다, 백사장을 낀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명파리로 불린다. 또한 광산천과 명파천이 흘러 전답이 비옥하고 어족자원이 풍부하며 자연마을로는 광산골이 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에 의해 광산이 개발되어 금과 은 등을 생산했으며 해방 이후 고명광산이 들어와 성업을 이루다가 더 이상의 광맥을 찾지 못해 현재는 폐광이 된 상태다. 명파 마을에서 북쪽으로 6Km 지점에 통일전망대가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았으나 금강산관광중단 이후 관광객이 줄어 건어물가게, 숙박업소, 식당 등이 폐업을 하거나 경매에 넘어가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떠났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지만 금강산관광이 하루빨리 재개되길 기대하며 막노동 등을 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명파리 골목길에서 만난 주민(67‧여)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무조건 퍼주지 말고 (관광 재개를 해야지) 우리부터 살고 주든지. (북한 주민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 좋은데 타당성 있게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번 대선에서 누굴 찍을 거냐는 물음에는 웃으면서 “전 정부, 현 정부 다 똑 같은데 무조건 퍼 주는 사람은 찍지 않겠다”며 찍을 대선 후보를 암시하기도 했다. 대화 도중에 차가 오자 “고추방아를 찧으러 가야 한다”며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명파리 소식을 더 생생하게 듣기 위해 마을 리장을 찾아 나섰다.

명파리에서 4년째 마을 리장을 맡고 있고, 1958년 명파에서 태어나 마을 노인들한테 ‘입주동이’로 불리는 김영복(55)리장은 행정에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민통선 지역이라 지원을 많이 하고 있지만 굳이 말하자면, 정부보조사업의 경우 자부담 50%는 너무 많다”며 “자부담을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리고 덧붙여 “휴경지 개간은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김 이장의 말을 빌리면 휴경지 개간은 남‧북 철도사업으로 인해 명파에 있는 농지(답 45만평, 전15만평)60만평 중 20만평이 수용돼 농지가 줄어들어 경작지가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농지가 줄어들고, 농지 수용시 보상받은 돈으로 농기계를 구입해 아직도 이자도 못 갚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휴경지 사용에 대해) 몇 차례 건의한 끝에 국가권익위원회에서 현장을 방문했는데도 군부대 측에서는 작전성 검토 등의 이유로 반대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휴경지 개간에 대해 계속해서 요구하자 군부대 쪽에서는 “미확인 지뢰지대를 주민들이 휴경지로 조성해 사용하면 승인해 주겠다”며 조건부로 동의해줬다고 김 이장은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민간인들이 어떻게 미확인지뢰지대를 개발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추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 김영복(55) 명파리 마을 리장. 그는 4년째 마을 리장을 맡고 있다

명파리 주민들의 갈등과 반목을 불러온 화력발전소 건립에 대해서도 김 이장은 “2년 동안은 잠잠하겠지만 2년 후가 걱정이다. 대림산업은 가버렸지만 포스코 건설은 미련을 못 버리고 있고, 포스코는 중도에 포기하는 법이 없다. 언젠가는 밀고 나가는 기질이 있다”며 우려 섞인 생각을 전하면서도 “7개 반 주민들이 똘똘 뭉쳐서 어떤 일이든 협조가 잘 되니 안심은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명파리는 1957년도 50가구로 처음 마을이 생겼고, 현재는 159세대, 340명이 살고 있으며 90.70㎢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저농약 작목반에서 생산하는 쌀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인증을 받아 수도권에서도 인기가 높고, 저진 검문소 왼쪽 부근, 3만평 부지에서 재배하는 고사리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건고사리 1근(600g)기준으로 만근 정도 출하된다.

또한 농기계를 개발하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과학부>와 자매결연을 맺어 새로운 농기계가 개발되면 시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도 받고 있다. 액비 탱크(돼지 분뇨 발효)를 지원 받아 거름대신 액비를 사용해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었고 잡초 제거에는 우렁이를 이용하면서 저농약 쌀을 생산하게 됐다. 액비 탱크 외에 제초기도 지원받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 명파리 마을 입구에 '어서 오십시오'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 명파리 마을 전경.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나서 관광객이 줄어들자 마을도 덩달아 썰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