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에서 “왕”이 “군”으로 강등이 된 사례는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물론 단종은 노산군으로 격하되었다가 단종으로 승격되었고 ,왕위에 오르기 전 죽었던 연산군의 할아버지이며  성종의 아버지, 그리고 세조의 큰아들이자 부인이 인목대비인 “덕종”도 아들인 성종이 추존한 것이었다.

그만큼 조선의 역사에서 보면 연산군과 광해군은 소위 나쁜 군주였던 것이다.

연산군은 재위시절 여인들을 많이 밝히기로 유명하다.

소설 금삼의 피에서 보면 실정을 조선의 사정기관인 “삼사“에서 간청하여도 듣지 않자

마지막 수단으로 성균관 유생들이 데모를 하게 된다.

그러자 연산은 성균관을 폐쇄하고 그곳을 연회장소로 만들어 유희를 즐긴다.

소위 소의 여물통에 콩을 쑤어오게 하여 여인네들이 소처럼 업드려 콩을 먹게하는 장면도 연출된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연산의 여인 사냥은 그야말로 카사노바는 저리가라다.

반면 광해군의 경우 아버지 선조가 왕후에게서는 소생이 없었다.

그리하여 공빈 김씨 사이에서 임해군과 광해군을 얻는다.

그런데 뒤늦게 맞이한 인목왕후에게서 영창대군을 생산한다.

이때 왕위 계승과정에서도 치열한 파워게임이 있었으리라.

물론 선조의 명확한 유언이 없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영창대군은 나이가 너무 어리고, 임해군은 광폭하여 부적합하여, 임해군의 동생인

광해군이 조선 15대 왕으로 오르게 된다.

왕위에 오른 광해는 끊임없는 정권의 도전을 받은듯 하다.

형인 임해군을 죽이고 모친격인 인목왕후를 폐비하고 영창대군을 귀양 보낸 후 방안에 갇아놓고 한여름 불을 지펴 살해한다.

조선의 시작이 그랬듯이 끝없는 패륜의 역사가 지속된다고 보면 된다.

나중에 인조반정이 성공을 거두고 인목왕후가 인목대비로 복원되어 광해군을 뜰아래 무릎을 꿇리고 인목대비가 광해군에게 하는 말 “저 놈을 산채로 질근 질근 씹어 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광해의 처형을 강력히 주장하였으나 반정의 실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 많은 세월을 산 인목대비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인조반정후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광해와 인조의 대외정치에 있어 시각차가 발생한다.

당시 만주에서는 누루하치가 후금을 일으켜 날로 성장하고 있었다.

조선은 명나라와 후금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었다.

특히 광해는 실무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갖고 명나라의 파병 요청을 받아들여 강홍립을 장군으로 파병하였으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투항)하게 한다.

그러나 인조 집권후 대외정치는 다시 명나라로 기울게 된다.

청의 입장에서 명을 치기위해서는 제1 제후국인 조선을 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다.

전격석화처럼 조선으로 침공한 청군은 두달 만에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에게서 항복을 받아낸다.

그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이다.

송파나루 인근의 삼전도에서 삼보 일배를 거듭하여 청태조 홍타시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하게된다. 볼모로 세자인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비롯하여 척화파의 대표격이고 삼학사로 불리는 김상현, 윤집, 오달재 등을 잡아간다.

여기에서 생각해볼 것은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점이다.

군주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

그리고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면 된다고들 한다.

이런 점에서 광해군과 인조의 대비점을 엿볼수 있는것 같다.

연산군은 교동도로 쫓겨난후 3달도 못살고 죽었으나, 광해군은 교동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18년을 더살고 죽는다.

재위기간을 보면 연산은 10년이고, 광해는 15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