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왜 안 찍었지. 투표장까지 가서‧‧‧” 지난 4일 오후 고성종합체육관. ‘제6회 전국지방동시선거’ 고성군 선거 개표현장에서 빈 투표용지를 발견한 개표종사원이 답답한 듯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기표되지 않은 무효투표 용지를 두고 한 말이다.

 

13일간의 열전은 이날 오후6시 투표가 종료되면서 막을 내렸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후보와는 달리 개표장은 부산하게 움직인다.

 

개표시작 30분 전, 개표원들이 3팀으로 나뉜 채 교육을 받고 있고, 그 뒤로는 각 기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개표부-심사‧집계부-개표상황확인석-기록보고서-위원검열석-정리부 등에 앉아 개표 시작을 기다리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잠시 후, 관외사전투표(우편투표함)함과 사전투표함이 개표장에 먼저 도착했다. 이윽고 황은규 고성군선거관리위원장의 개표개시선언과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우편투표함의 개표가 먼저 시작됐다.

 

개표부 탁자위에 투표용지가 우르르 쏟아지자 개표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숨을 잠시 고른 뒤 바로 용지를 분류하기 시작한다. 손놀림이 제법 야무지다. “천천히, 천천히, 틀리면 다시 해야 되니까‧‧‧, 너무 많아 헷갈려 죽겠어” 등의 반응은 이내 먹이를 앞에 둔 날카로운 매의 눈빛으로 돌변했다.

 

개표원들은 그러면서도 투표용지와 관련해 “구분이 좀 더 명확했으면 좋겠다. 눈에 잘 띠는 색깔로 구분 했으면 좋겠다”며 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사전투표는 7시도 안 돼 개표가 모두 완료됐다. 그렇지만 우편투표함은 지역별, 후보자별 분류 작업에 봉투정리, 절단까지 이어진 작업으로 많이 지체됐다.

그 와중에 무효투표 용지도 더러 보였다. 후보자 두 명에게 기표한 용지와 아무것도 기표하지 않은 용지, 모든 후보자에게 기표한 용지 등 무효투표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또 교육감 개표 도중에 도지사 투표용지가 섞여 나와 개표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오후7시9분에 일반투표함 개표가 시작됐다. 수작업을 마친 투표용지가 자동투표분류기에 들어가자 개표참관인들이 분류기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득표현황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관인들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득표수를 수첩에 메모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 후보자에게 전송하는 등 기 싸움을 벌이며 분류기 앞을 끝내 떠나지 못한다.

 

표정도 다양하다. 안절부절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며 한숨을 내 쉬는 참관인,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 말도 붙이기 어려운 참관인, 같은 식구끼리 수첩에 적은 기록을 보며 계산기를 연신 두드리는 참관인, 어떤 참관인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쪼그려 앉아 울고 있다. 또 다른 참관인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현장을 부리나케 빠져 나간다.

 

 

개표는 12시경에 종료됐다. 군수를 포함한 9명의 당선자도 확정됐다.

 

하지만 서류를 정리하는 최종 단계에서 선거사무원의 기록오류와 자동투표분류기 조작미숙으로 당선증은 새벽2시가 넘어 교부되는 등 해프닝 속에 개표는 마감됐다.

 

개표장을 빠져 나오며 언뜻 시계를 보니 5일 새벽 3시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