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 위기관리가 안되는 정부는 처음인 것 같아..."

지난 21일 오후 기자가 만난 경제단체 고위임원 A씨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요즘 기업들 상황이 너무 안 좋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예전 야당이 정권 잡았을 때, '아마추어다' 면서 보수 쪽에서 비판을 했었다"면서 "요즘 보면 경제 운용이나 관리 측면에서 실력이 없는 건 (둘 다) 똑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북한군 포격에 따른 남북 긴장이 고조되자 그는 "(긴장상황이) 오래갈까요"라며 반문했다. 이어 "양쪽 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서로 대화로 풀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실제로 지난 22일 남북고위급 접촉으로 들어 맞았다.)

당시 함께 있었던 국책연구기관의 김아무개 연구위원은 "북한 리스크보다 지금 중국 상황이 더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하는데 자칫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발 쇼크와 북한 리스크에 이어 국내 내수침체 등이 한꺼번에 터지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쇼크 현실화...24일 상하이 증시 한때 9% 폭락, 코스피도 '검은 월요일'

그의 말대로 24일 중국쇼크는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지수는 8.49% 폭락해 3209.91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9%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이같은 폭락은 지난 2007년 2월 이후 8년 여만이다.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서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정책이 오히려 중국 경기상황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중국발 금융 쇼크는 곧장 한국 등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도 46.26포인트(2.47%)나 떨어진 1829.81로 장을 마쳤다. 오후 한때 1800선 붕괴 우려도 나왔다.

외환시장 역시 불안정하긴 마찬가지였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다. 지난 금요일에 비해 4.0원이나 올라 달러당 1199.0원을 기록했다. 1200원 대로 환율이 올라서면, 3년 10개월 여만에 최고치가 된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수출부진과 내수침체, 금융시장 불안... 북한 리스크는 '카운터펀치'

문제는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기 마련"이라며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 상황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또 한 번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여전히 대외 경기 상황에 민감하다. 이미 올해 초 그리스 부도위기를 비롯해 최근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위안화 절상 등으로 수출 대기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국내에선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소비와 내수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번 북한의 포격에 이은 남북 관계 악화는 위기의 한국경제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셈이 됐다.

이름을 밝히길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문제는 정부의 경제 리스크 관리 능력"이라며 "지금 시장에선 경제위기설 등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데 정작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