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군 토성면과 죽왕면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도원저수지는 1970년에 준공됐고, 292만t의 저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

계곡이 수려하고 물이 많은 도원1리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3년 전부터 이주민들이 지은 민박과 펜션 등의 숙박업소들이 난립해 있다. 1997년에 발생한 산불로 많은 산림이 소실돼 송이버섯이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토착민들과 상업주의에 밝은 이주민들이 뒤섞이면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조용했던 동네가 시끄러워진 이유에 대해 마 리장은 “토착민과 이주민이 섞여 있어 중심이 없고 단합이 잘 안된다. 토착민들은 이주민들에게 시기심과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며 우려했고, 또 “토착민들은 웬만한 민원은 알아서 해결하는 데 반해 이주민들은 자기권리 주장이 강한 것 같다”며 “융화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마을이 온통 산으로 둘러 싸여있어 논이 없는 이 마을 토착민들은 임산물 채취로는 생계가 어려워지자 인근에 있는 공장에 날품이나 용역을 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도원1리에 들어온 지 22년 된 마 리장은 “도원리를 행복해지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며 고성군의 지원을 얻어 산림치유마을(마을)로 2011년도에 지정(행정안전부)됐다는 말로 마을 돌아가는 보따리를 풀어냈다. 마을사업으로 3년간 2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마 리장과 주민들은 화전민들이 약초, 산나물, 버섯을 따라 다니는 숲과 길을 우연히 찾았고 그 길을 복원하면서 마을사업의 실타래를 풀었다. 마을사업의 성공과 주민들의 소득창출을 위해 숲에 대해 설명해주는 숲 해설가 교육(36강,6개월)을 이미 마쳤다. 그리고 숲에서 건강치유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조사하는 자원조사, 자원에 대한 효능 분석 등을 했고, 2013년에는 자연속에서 어떻게 치유가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숲 치유사 양성교육과 심리치료사와 산림치유사가 상주하게 될 치유센터 건립도 진행 중에 있다. 또 건강상담과 치료를 위해 인근병원과 협력하는 관계도 구상하고 있다. 매주 진료와 치료를 할 수 있는 중정한의원, 그리고 매월 전문의 강의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강릉아산병원과도 자매결연을 맺었다. 마 리장은 “사업 평가 후 가능성 있는 마을은 추가 자금 지원 가능도 가능하다”며 의욕을 보였다. 2014년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지금은 치유 숲길에 대한 프로그램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으며 “당귀, 황귀, 더덕 등이 들어가는 보양음식약선요리10선도 개발 중에 있다”고 마 리장이 추가로 설명해준다.

▲ 도원1리 마을리장을 맡고 있는 마수일(55)씨, 그는 주민들이 행복해지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 한다

화전민들이 다니던 옛길을 찾으면서 마 리장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도 연구했다. 길 가에 있는 바위, 나무, 꽃에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도원저수지와 계곡 상류에 있는 굴바위 까지도 이름을 붙였다. 도원저수지에서 마을까지를 질병 없이 무병장수한다는 ‘무릉도원권’, 이 세상의 질병과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곳 이라는 ‘몽유도원권’은 마을에서 폭포까지이다. 또 굴바위 상류지역을 핵심지역으로 지명했다. 굴속과 움막생활을 했던 화전민들의 생명과 탄생, 비밀이 있는 장소로 풀이했다.

그는 “고성군에서도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개발해야 된다”며 “옛 백제를 상기시키는 원주 귀례면과 기린을 만나면 행운이 깃든다는 인제의 기린면 처럼 고성만의 특별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바다가 많은 고성군은 세포재생과 면역력이 증가되는 음이온(물분자)을 개발해 상품화시킬 수 있는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을 진행해나가면서 어려운 점이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교육 과정에서 주민 눈높이 맞추기와 강사 섭외가 쉽지 않았다”며 토로했고 “주민들의 교육 참석률이 저조해 고성군농업기술센터와 토성면사무소를 거쳐 지금은 동네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며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한편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주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로 볼 때가 있어 의욕이 꺾인다” 며 “신선봉과 화암사 개발 등 다른 사업도 많은데‧‧‧" 라고 얼버무린다.

동네 어귀를 지나자 산자락 밑으로 이어진 임도가 보였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임도에 대해 물으니 도원계곡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대간령이 나오고 신선봉과 마산봉의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이 마산봉이고 왼쪽으로 가면 신선봉이다. 신선봉과 마산봉사이에 있는 대간령(새이령)은 고갯길로 진부령과 미시령이 생기기 전에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 요충지였다. 지금은 희미한 옛길만이 남아있고 고성과 인제의 경계점에 마장터도 있다. 

▲ 마장터 사진

▲ 선조(先祖)들이 해산물과 소금, 사기그릇 등을 지게에 짊어지고 영서지방으로 걸어 다녔던 세이령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