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오전 지방상수도위탁설명회가 열리는 토성면사무소 2층 설명회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서 공무원노조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위탁반대 내용을 담은 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욕설과 삿대질이 난무한 상수도 위탁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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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반대로 설명회 무산돼

정부지원을 받아 관망공사 등이 마무리되는 2015년부터 환경부 관련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이사장 이서진)에 지방상수도 일부 시설과 통합정수장 등을 20년 간 위탁하려고 했던 지방상수도 위탁사업이 주민설명회도 열지 못한체 표류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과 오후, 지방상수도 위탁 사업과 관련된 주민설명회가 토성면과 간성읍·거진읍 순서로 진행됐으나, 설명회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취소 또는 연기됐다.

지방상수도 위탁 사업이 의회동의를 앞두고 제동이 걸린 것이다.

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공무원과 전문가 등 15명 이내로 구성된 위탁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위탁계획서가 의회동의 전 단계인 주민설명회에서 벽에 가로 막힌 것이다.

향후 일정은 주민설명회와 주민공람이 끝나면 의회동의를 받아 곧바로 통합실시협약 체결만 남겨둔 상태였다.

<토성면 주민 설명회>

24일 오전 9시20분 토성면사무소 입구. 이날 오전10시에 열리는 이장단 회의 안건 중에 지방상수도위탁설명회가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일부 이장들과 주민들은 속이 탄 듯 부리나케 설명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들이 더러 보인다.

오전 9시30분 토성면사무소 광장. 광장은 위탁반대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공무원노조 관계자들과 반대 내용을 담은 전단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단체와 이를 지켜보는 군 관계자 등이 긴장된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다.

오전9시40분 일부 주민들과 또 다른 이장 5~6명은 휴게실 부근에 모여 얘기를 나눈 뒤 “일단 설명회를 들어보자”며 설명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모였다. 어떤 이는 공무원노조에서도 설명한다는 정보를 들었는지, 노조원들을 향해 “당신들 설명은 들을 필요가 없다”며 냅다 소리를 지른 뒤 계단 서 너 개를 건너뛰듯 오른다.

주민설명회를 하기도 전에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설명회장 안은 ‘상수도 위탁 반대’ 어깨띠를 두른 토성면 민박협회 회원들과 주민, 공무원노조, 군 관계자들이 토성면사무소 2층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주민들이 드문드문 앉아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설명회장 분위기를 대신했다.

▲ 상수도위탁 반대, 어깨띠를 두른 토성면민박협회 회원들과 일부 주민들이 설명회장 뒤에 서서 설명회를 지켜보고 있다

▲ 설명회가 열린 토성면사무소 2층 회의실. 고성군상하수도사업소관계자가 위탁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 한국환경공단 관계자의 설명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을 신청하고 있는 이현욱 고성군공무원노조지부장

이윽고 토성면 관계자가 회의시작을 알렸고, 이장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상수도위탁설명회가 상정됐다
.

고성군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의 상수도위탁 배경과 과정 등에 대해 설명이 끝나고 한국환경공단에서 나온 전성열 상하수도지원처 지원팀장이 사업계획과 추진일정 등을 설명 하려고 할 때, 몇몇 주민이 “설명회 하는 것을 오늘 알았다”고 따지자 사방에서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군 관계자는 “현수막과 일간지 공고, 읍·면 홍보 등을 통해 충분히 알렸다”고 강변해도 계속해서 주민들의 목청이 높아지자 설명회장은 이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여기에다 공무원노조원들이 나서서 말을 거들자 이장들이 제지했고,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 나도 주민이다”며 노조원들이 이에 맞서자 몇몇 이장들이 “공무원 노조는 군에 들어가서 이런 일을 해결해야지 왜 여기에서 떠들고 있어. 빨리 여기에서 나가···”라는 고함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설명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여기에 한 주민이 “이 설명회 들을 필요 없어. 음모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였고, 이에 일부 주민들이 박수를 보내자 설명회장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었다. 이후 설명회장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삿대질로 난무했다.

한참 후, 사회자의 요청으로 가까스로 설명회장은 조용해 졌고, 한국환경공단 전성열 팀장의 PPT자료가 진행됐다. 자료의 시작 글에서 “상수도 불편하셨지요”라는 물음이 첫 대목으로 나오자 일부 주민들이 “아니요”라고 합창하듯 대답했다. 작은 소동 뒤에 사업계획과 일정 등의 설명이 끝났고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이때 이현욱 고성군공무원노조지부장이 손을 들고 질문을 신청했다. 질문시간 등으로 군 관계자와 마찰이 빚어지자 더욱 큰 소란으로 번졌다. 화가 난 일부 주민들과 공무원노조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항의하자 이에 흥분한 이장들과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40여분간 이어진 소란으로 설명회를 더 이상 진행하기가 어렵자 상하수도사업소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오늘은 설명회가 안 될 것 같다. 일정을 다시 잡아 군청에서 일괄적으로 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이에 주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한편 밖으로 나온 이현욱지부장은 20여명의 주민을 광장 옆 휴게실에 모아 놓고 위탁사업 문제점에 대해 수치를 제시하며 설명했고, 주민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중간 중간에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뒤, 토성면사무소 광장 옆 휴게실에서 이현욱 지부장이 주민들에게 위탁반대와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한국환경공단에서 밝힌 사업계획 중 우리지역 상수도 문제와 관련 ▲유수율 60.2% ▲총괄원가(수도물 생산비)54% ▲정수시설 벨브, 펌프 노후화 등을 지적했다. 이에 환경공단에서는 38억원의 예산으로 노후관 개량공사를 통해 수질을 깨끗하게 만들고, 또 블록시스템 구축으로 유수율을 80%로 높이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춰 생산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혔으며, 또한 24시간 콜센터 운영으로 서비스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