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라, 걱정을 말라, 주님 안에서․․․.”
지난 18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 늦은 저녁. 속초 교동성당에서는 ‘세월호 참사 합동 미사’에 참석한 신도들과 시민들이 실종자의 생환을 찬송으로 기원하고 숨진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 미사는 ‘세월호 참사 합동 미사’로 속초․고성․양양 천주교 신도와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속초 교동성당에서 긴급하게 열렸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미사는 교동 성당 주임신부의 기도로 시작됐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와 관계 기관의 각성을 촉구했다.
기도가 끝나자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두려워 말라, 걱정을 말라, 주님 계시니 아쉬움 없네․․․” 참석자들은 반복된 찬송 구절을 슬픔에 억눌린 듯 구슬프게 불렀고, 일부 신도들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섞여 미사 분위기를 더욱 무겁고 슬프게 만들었다.
이어진 강론에서 청호동의 한 신부는 부활을 강조했다.
그는 강론에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분노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분노로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하는 성당에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저주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또 울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울다가 정작 중요한 얘기를 빠뜨리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고 강론에 임하는 마음을 전했다.
신부는 강론에서 “온 국민이 큰 슬픔에 잠겨 있다. 마치 대한민국이 깊은 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같다”고 일갈하고는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 책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비겁함, 큰 슬픔 앞에서 세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한심한 작태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 오로지 종교의 믿음과 신앙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부는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와 고위관료에 대한 불신은 끝내 거두지는 않았다.
이어진 강론에서 신부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소식을 전했다. “학생들을 구하고 숨진 사망자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내 아들 참 장하다. 네가 그렇게 간 것은․․․” 이라는 대목에서 신부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신도들은 손을 입에 대고 슬픔을 억지로 참았지만 끝내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하는 장탄식도 터져 나왔다. 눈물을 닦아내는 광경이 너무 쉽게 목격됐다.
신부는 이어 “죽어가면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해 주는 것. 숭고한 죽음이 곧 부활을 뜻하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부활”이라고 했고, “깊은 절망의 바다속에서도 누군가가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 게 신앙인의 자세”라며 신앙과 믿음에 대해 말했다.
미사 중간에도 찬송은 계속 이어졌고, 신도들의 기도가 막바지에 이르자 촛불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신부들이 다가와 신도들이 들고 있던 초에 촛불을 옮기자 성당은 이내 불야성을 밝혔다.
미사는 신도들의 마지막 분향으로 막을 내렸지만, 미사가 끝난 성당은 꺼진 촛불로 매캐한 내음이 코를 찔렀고, 촛농을 태우고 남은 연기가 뿌옇게 올라왔다.
지금의 대한민국. 과연 역사에 어떤 기록으로 남게 될까.
사회
프린트
스크랩
메일전송
댓글달기
목록
이전
맨위로
고성 금강신문 BEST 뉴스
메일보내기
최신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