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왕면 리장들이 식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식당 앞을 주민들이 지키고 있다

11시 경. 광장 구석 주차장에 있는 대림산업 관계자를 만났다.

질: 어떻게 오셨나요?

답: “네, 저희 회사도 사업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 의견도 수렴하고, 주민들도 일일이 다 만나볼 수도 없고 해서‧‧‧”그리고 설명회 때문에 온 게 아니라고 대림산업 관계자는 극구  부인한다.

질: 가진, 공현진, 오호리 어촌계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만나서 화력발전소에 대한 설명도 했나요?

답: “네, 그건 인사차 방문했어요.” “인사를 드린 것은 사실입니다.” “인사를 드려야지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림산업 관계자가 말을 잇는다. “주민들이 싫다고 하면 못하는 것 아닌가요" 라며 반문한다.

질: 명파 지구, 의향서(화력발전소) 제출된 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답: 한참 머뭇거리다 “제가 그쪽 책임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말씀을 드릴수가 없다”며 얼버무리듯 말을 한다.

대림에서 몇 명의 직원이 왔나요? 라는 물음에 대답을 안 하고 머뭇거리다 “설명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대신한다.

질: 이동하면서 이어진 같은 물음에

답: “사업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몇 분이라고 말하기가 그렇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설명하러 온 게 아니다.” 라고 강조하며 광장 밖으로 나간다.

11시10분,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이 더 들어 간다.

“저 못된 쓰레기장도 들어오고”, “공동묘지도 들어오고” 이제는 “누굴 다 죽이려고 그걸(화력발전소) 들여보내” “다 때려 잡아야한다”고 노기에 찬 목소리들이 귓가에 스친다. 주민 곁에 있던 손영문 죽왕수협장도 걱정이 앞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장이 축소되면 어민들 삶의 터전이 없어지게 된다”며 말을 보탠다. 손 수협장의 말이 더 이어지는 순간, “저 놈이 찬성한다고 해놓고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하는 놈”이라며 주민들이 수군거린다.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했던)이 지나가자 갑자기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고함소리와 멱살잡이가 벌어진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광장에 “설명회를 들어봐야 될 게 아니냐”는 그의 목소리가 모기 소리처럼 작게 들린다. 성난 일부 주민들이 싸울 듯이 그에게 덤벼들자 “하지마, 하지마, 그러면 안돼”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거(화력발전소) 안 한다고 각서 쓰고 가” 50대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그의 등에다 대고 앙칼지게 소리를 지른다. 그가 총총걸음으로 사라지자 광장은 평온을 되찾는다.

▲ 고성군청광장으로 이동하기 전, 구호를 외치며 가진리 주민들이 의지를 다지고 있다

11시20분, 리장단 회의가 끝났다고 정길수 리장이 소식을 알려 준다.

20분만에 회의가 끝났다. 리장단회의에 참석하고 광장에 나온 모 의원과 주민들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대체 의회에서는 뭘 하고 있나, 왜 이렇게 주민들을 힘들게 하나” “우리 지역은 청정지역이니 처음부터 화력발전소는 안된다”고 군수나 의원들이 “천명하면 업자들이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느냐”며 반문하듯 따진다. 주민들의 말에 모 의원은 “주민들이 주인입니다, 주민들이 안 된다고 하면 못해요. 사업을 할 수가 없어요.”라고 대답하자 우람한 목소리를 가진 한 주민이 의원의 입장을 밝히라며 재촉한다. 그때 “리장들이 식사하러 간다”는 외침에 주민들이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식당 앞에 진을 친지 40여분 뒤, 대림산업 직원들이 갔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주민들이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군데군데 모여 앉아서 쉰다.

12시, 광장에서 주민들의 회의가 시작된다.

오 계장이 주민들을 불러 모은다. 주민들에게 다음 계획에 대해 묻자 이구동성으로 군청으로 가자는 일부 주민들의 말이 청중을 압도한다. 15분 후 주민들이 고성군청 광장에 도착했다. 점심을 굶은 주민들을 위해 어촌계원들이 준비한 빵과 우유로 끼니를 해결하고 잠시 숨을 고른다.

▲ 고성군의회 김진 부의장과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12시50분 고성군의회 김진부의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오 계장, 정 이장 등 4명이 나섰다. 10여분 만에 면담을 마치고 나오자 주민들이 흥분하기 시작하고 광장에서 오 계장의 선창에 따라 주민들이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친다. “쓰레기장, 공동묘지도 모자라 주민 파괴하는 석탄 공장 웬  말이냐, 웬 말이냐‧‧‧”, “반성해라, 반성해라”라는 외침이 군청광장에 울려 퍼진다.

14시30분경. 황종국 고성군수와 마을 대표들과의 면담이 시작됐다. 30여분간의 면담에 참여한 복수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황군수는 “반대하는 입장을 잘 알겠다. 찬성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으니 면밀하게 살피겠다”고 한다. 주민대표들의 화난 목소리가 집무실 밖에 까지 들리기도 했다.

▲ 가진리 주민들이 고성군청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진리 주민들은 “‘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며 10월7일 오후 늦게 회의를 한다고 알려왔다.

대림산업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고성 화력발전사업 추진 계획>을 보면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 일원(선유담 인근)40만평 부지에 6조5천억원의 예산으로 4.000Mw급 화력발전소 건립 계획이 있다. 2012년 10월에 평가서류를 제출하고 11월에 지식경제부에 건설의향서 제출, 2013년 2월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반영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 <고성 화력발전사업 추진 계획>에 나와 있는 향후 추진 계획